인문계 대학원생의 나날

4차 BK21 대학원생 혜택

청승이 2020. 8. 8. 00:00

어제 4차 BK21 선정 학과가 발표되었다. 

BK21이란 99년부터 연구중심 대학원 육성정책의 일환으로 이루어지는 대학원/대학원생 지원 사업으로, 학과 단위로 선정하며 이번 4단계 BK21에 선정된 학과는 2020년 9월부터 2027년 8월까지 7년간 지원을 받게 된다. (단, 선정 학과들은 몇 년 뒤 다시 중간 평가를 거친다. 이때 통과하지 못한 학과의 지원금을 반으로 줄여서, 그 예산을 통과한 학교에 몰아주는 잔인한 방식이다)

 

학과별로 전국에서 많아야 2,3곳을 선정하기 때문에 BK21 사업단에 선정되기가 쉬운 일은 아니다. 학과에 따라 교수들이 선정 가능성에 비해 준비 노력이 너무 많이 든다고 일찌감치 포기하거나 소극적인 경우도 많다. 하지만 일단 선정되면 인문사회계 대학원생들이 받을 수 있는 거의 유일한 생활비 혜택이기 때문에 대학원에 진학 예정인 분은 지원하려는 학과가 BK 사업단에 해당하는지 미리 확인해보는 것이 좋다. 

4차BK21 선정대학 - 인문사회분야

대학원생 혜택 확대

이번 4차 BK의 가장 큰 변화는, 대학원생 지원금이 증가했다는 것이다.

기존에는 석사생 월 60, 박사생 월 100이었는데

4차 BK에서는 석사생 월 70, 박사과정생 월 130 (박사수료생 월100, 8학기까지)으로 증가했다.

단, 석사생의 경우 BK 사업단에서 행정보조업무를 하는 조건이고, 인력도 그렇게 많이 뽑진 않기 때문에 실질적인 혜택이라고 하기는 어렵다. BK 사업단의 주된 지원 대상은 박사생들로, 조교 장학금과 프로젝트 인건비와 중복수혜가 가능하기 때문에 BK지원을 받는 박사생들은 비교적 경제적으로 안정된 상태로 공부를 할 수 있게 된다

아울러 BK신진연구인력(aka 연구교수)의 인건비도 기존의 월 250에서 300으로 늘어났다. 그러니까 BK지원을 받으며 학위를 받은 대학원생이 연구교수로 다시 BK 사업단에 취업할 수 있는 선순환이 생기는 셈이다. 

대학원생이 직접 받는 혜택은 장학금이지만, 이외에도 해외학술대회 지원을 포함해서 비정기적인 지원들이 꽤 있다. 

아, 이번에 BK 사업단으로 5개 이상 선정된 대학들에는 또 특별 지원금을 수십억 지원해준다고 들었다. 해당 지원금 역시 BK 선정 학과에만 사용해야 한다. 여기 해당하는 학과들은 자연히 이런저런 혜택들이 더 늘어날 거라고 본다.

BK 대학원생 의무사항

물론 나라에서 돈을 그냥 주지는 않는다. 돈을 주는만큼 의무들도 늘어난다. 

1. 논문 실적
이건 사실 학과마다 상황과 규정이 조금씩 달라서 일률적으로 말하기는 어렵지만, BK장학금을 받으면 지원학기수만큼 논문을 출판해야 한다. 박사생들의 경우 한 학기당 한 편씩 꼬박꼬박 논문게재를 해야 한다. 원생들의 논문게재율이 사실 아주 높은 편이 아니라서, 생각보다 쉽지 않은 기준이다. (포닥이나 다른 박사들 연구비 지원 조건도 1년에 한편, 그것도 출판 기한으로 몇 년은 주는데 대학원생들에게 한학기 한 편 이상을 요구하는 건 사실 못할 일은 아니지만 상례보다 과도한 기준이라고는 생각한다. 그런데 이건 사실 연구재단 기준이라기보다 각 학과에서 내규로 요구하는 거라고 들었다) 

논문 내는게 어려워서 BK장학금을 포기하는 사례도 생각보다 심심찮게 있고, 그나마 BK장학금을 받기 위한 원생들간의 경쟁이 치열한 학과들의 경우 한 편이 아니라 두 세 편 이상 써야 하는 경우도 있다. 그래도 여하간 BK장학금을 받기 위해 매학기 논문을 출판하다보면 결국 그게 본인 실적으로 쌓이는 거라서 나쁠 건 없다. 나중에 보면 BK 수혜 학과와 비수혜 학과 원생들간 논문 편수 차이가 꽤 많이 나게 된다.

 

2. 졸업요건
BK 지원을 받는 학과의 경우 연구재단 기준에 맞춰 졸업요건을 상향하는 경우가 있다. 기존에 BK 지원을 받고 있던 학과라면 이미 조정이 되어 있을텐데, 새로 선정된 학과의 경우 BK 때문에 BK 수혜를 받지 못하는 원생들까지 도매금으로 졸업요건이 어려워질수도 있다(...) 

대부분 졸업 요건 논문 편수와 학위 논문 심사 절차 강화, 필수이수 과목, 인권과 성평등 교육 등이 포함된다.

 

3. 기타 잡무
이건 별건 아니지만 철철이 성가시게 하는 경우가 꽤 있다. 일단 BK사업단에서 시행하는 각종 행사들에 동원되고, 학회들에 나와서 발표하라고 강권하기도 한다. 그런거야 별 거 아니지만, 간혹 BK 사업평가에 필요한 실무들을 대학원생들을 동원해서 (무급으로) 하는 경우가 있다. 


이러니저러니 해도, 인문사회계 대학원생들은 BK라도 있어서 감지덕지다.

장학금과 실적이 동시에 생기는 거라서, 소속 학과가 BK 지원을 받고 있다면 8학기 알차게 챙겨받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