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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계 대학원생의 나날

인문학 석/박사 학위논문 심사 과정

학위 논문 심사를 얼마 남기지 않아서 블로그를 포함한 다른 일에 거의 신경을 쓸 수가 없다.
그래도 너무 뜸했으니 인문학 전공 석/박사 학위 논문 심사에 대한 기본적인 사항에 대해 간단히 써보자.

다만, 학위논문심사 절차는 학교와 학과마다 다른 편이라 자세한 사항은 학과 내규를 따라야 한다.
어차피 이미 학위논문을 준비하고 계시는 분들이라면 다 숙지하고 있는 내용일테니, 본 포스팅은 대학원 입학을 앞둔 분들께 대략적인 정보를 제공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학위 논문은 어떤 의미를 가지나요?

대학원은 기본적으로 학위를 받는 과정이고, 학위를 받는다는 것은 학위논문을 제출한다는 것과 동의어이다. 대학원 과정 전체가 사실상 학위 논문을 향해가는 과정이라고 봐도 무방하다. 여타 다른 전공들의 경우는 석사학위만 가지고도 취업을 잘 하지만, 인문학 전공들에게 석사학위 논문을 제출했다는 것은 박사과정에 입학할 수 있다는 자격증 정도의 의미가 있다. 박사학위 논문은 물론 그보다 의미가 크다. 일차적으로는 한 사람의 자격을 갖춘 연구자로서 학계에 발을 내디딘다는 의미가 있고, 또한 박사논문은 해당 연구자의 대표 연구저서로 대체로 죽을 때까지(충분히 명성을 얻는다면 죽은 이후에도) 따라다닌다. 물론 수십년간 연구 업적을 쌓아가는 연구자라면 박사논문 이후 연구경향이 변화하고 발전하는 경우가 더 많긴 하지만, 그래도 박사논문은 여전히 한 연구자의 연구분야와 연구방향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지표로 여겨진다.

 학위논문을 쓰는 당사자 입장에서는 논문 작성 과정 자체가 이전에 경험해 본 적 없는 강력한 챌린지이기도 하다. 일반적으로 석사과정 중에 논문을 출판하는 경우는 거의 없기 때문에 석사 논문은 대학원생이 처음으로 쓰게 되는 체계를 갖춘 상당한 분량의 완결된 논문이다. 보통 수차례 논문 퍼블리시 경험이 있는 박사생들의 경우에도 단행본 한 권 분량의 연구 결과물을 내는 것은 일반적으로 처음 해보는 경험이기도 하고, 자신이 처음으로 얻게 될 학문적 평판이 해당 박사논문에 달려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압박감이 큰 편이다. 개인적인 경험에 비추어보면, 석사생들 중에 석사 논문을 쓰지 못하고 수료로 마치는 경우가 40-50% 정도 되고, 또 그 과정을 거쳐 박사 수료까지 하더라도 박사 논문을 쓰지 못하는 경우가 또 10-20%는 된다. 

 

학위 논문을 쓰는데 얼마나 걸리나요? 

전공과 학과 분위기에 따라 천차만별이기는 하다. 사회과학 분야만 해도 최근에는 석사 논문은 코스워크와 함께 2년 내에 마무리 하는 경우도 흔하다고 한다. 반면 문사철로 분류되는 인문학 전공의 경우에는 그보다 한참 더 걸린다.

일반적으로 석사는 코스워크 2년을 제외하고 논문작성 기간 6개월~2년 정도 잡는다. 수료 후 6개월이면 상당히 빠른 경우고, 특히 석사 논문에도 시간을 오래 들여야 한다고 생각하는 학과들은 여전히 2년 이상 논문을 쓰기도 한다. 그래서 입학에서 졸업까지 보통 3-5년 가량 걸린다. 

박사과정은 물론 이보다 더 걸린다. 수료 이후 논문 작성 기간은 최소 2년 이상  잡는다. 늦어지면 사실 대중이 없어서 10년을 채우는 경우도 잦다. 그래도 요즘은 학계의 분위기 자체가 너무 붙들고 공들이지 말고 일단 빨리 박사 받고 학계에서 본격적으로 활동하라고 권장하는 추세라서 보통 논문 작성 기간을 3-5년 정도 잡는 것 같다. 내 경우에는 2015년도에 박사 입학해서 2021년 상반기 졸업 예정이니까 6년 가량 걸렸다. 몇 년 전만 해도 박사과정을 6년만에 끝내는 것은 무척 빠르다고 여겨졌는데, 최근에는 내 동기들도 대체로 비슷한 시기에 학위를 받았거나 받을 예정이다. 

그러니까 인문학 전공으로 석박을 마치는데는 최소한 8년 이상 잡아야 한다.
이것도 선배 세대들보다는 많이 빨라진거라고는 한다. 윗세대는 석사에 5년, 박사에 10년씩 잡는게 보통이었다고. 
그러니까 인문학 전공으로 대학원에 진학하려는 분들은 이 점을 잘 고려해야 한다. 대학 졸업하고 바로 취직한 친구들은 8년 경력이면 연봉도 경력도 상당히 쌓인 상태라 사회에서 나름대로 자리를 잡게 된다. 반면 대학원에 진학하면 8년간 안정적인 수입도, 경력도 없다. 8-10년을 대학원에서 보낸 뒤에야 박사학위를 받고 취준생과 비슷한 처지로 학계에 나오게 되는데... 그 박사학위는 어떠한 취직자리나 좋은 대우도 보장해주지 않는다. 갓 학부를 졸업한 무렵에는 친구들도 다 취준생이거나 사회초년생이라 이 부분이 잘 안 보이지만, 사회인 친구들과의 격차는 갈 수록 커진다. 단적으로 취직한 친구들은 가정 꾸리고 집 넓혀 가며 한참 자산을 형성할 때, 대학원생들은 한달에 백만원 벌어 용돈이나 쓰는 수준에 머물러 있는 경우가 많다. 물론 학위를 받고 운좋게 교수로 임용이 된다면야 한순간에 만회가 가능하지만 그건 정말 잘 풀리는 케이스일 뿐이다. 그래서 자산형성에 신경쓸 필요 없고 자아 실현만 하면 되는 유한 집 자제들이 대학원에 많이 오는 것도 사실이다.  

 

학위 논문 심사 과정은 어떻게 되나요?

1. 졸업요건을 갖춘다: 심사가 이루어지기 전 각 학교와 학과에서 정한 졸업요건을 갖춰야 한다. 일반적으로 외국어시험과 종합시험을 통과해야 하고 박사학위의 경우 정해진 논문 게재 편수가 있는 경우도 있다. 

2. 프로포절: 역시 학과 내규에 따라 심사 전 학기, 혹은 그 이전에 자신의 학위 논문 주제를 여러 사람들 앞에서 발표한다. 프로포절에도 당락이 있어 일정한 기준에 통과를 해야 하는 학과도 있다. 

3. 심사 등록: 심사를 받을 생각이면 학과 게시판에 올라오는 심사 일정을 잘 봐야 한다. 일반적으로 심사를 받을 학기에 학교에 등록을 하고 심사료와 소정의 심사학기 등록금을 납부해야 한다. 그 외 심사신청서 및 심사위원 명단 등 때에 맞춰 제출해야 하는 서류가 많으니 일자를 놓치지 않고 제때 준비하도록 한다. 은근히 행정 일자를 실수로 넘겨서 논문심사가 한학기 미뤄지는 경우도 왕왕 있다. 

4. 심사위원 선정: 보통 석사는 교내 심사위원 3인, 박사는 교내 심사위원 3인+외부 심사인원 2인으로 심사위원단을 꾸린다. 보통 심사위원은 지도교수가 정해주는데 간혹 당사자에게 의견을 묻는 경우도 있다. 지도교수와 잘 상의해보자.

5. 심사: 통상 심사일 일주일 전에는 심사본 원고를 가제본 형태로 완성해서 심사위원에게 전달한다. 역시 학과마다 분위기가 다르지만 석사는 1심, 박사는 2-3심을 거친다. 

6. 논문제출 및 탑재: 심사를 통과하면 일정에 맞춰 온라인으로 논문파일을 탑재하고, 완제본 논문도 실물로 도서관에 제출해야 한다. 이 단계까지 마쳤다면 졸업식만 남았다.

 

학위논문 분량은 어떻게 되나요?

 

사실 규정으로 정해진 것은 없다.
일반적으로 석사는 A4 기준 40-50페이지(46배판으로 70-80페이지), 박사는 100-150페이지(46배판으로 180-200페이지) 정도를 권장한다. 하지만 특히 박사논문의 경우 수백페이지에 이르는 경우도 흔하다. 박사논문은 이후 단행본으로 출간하는 경우도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