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울증투병기 (11) 썸네일형 리스트형 나를 위한 일을 잊어버렸다 여러가지로 안좋은 소식을 들은 하루였다. 세상의 무수한 생명들은 언제나 허망하고 갑작스럽게, 그리고 많은 경우 고통스럽게 져버리고는 하므로, 나만 유독 그런 운명을 피해가고자 하는 기대는 버리려고 매일 다짐하고 있다. 누군가가 -그리고 내가- 죽지 말아야 할 이유 같은 건 딱히 없다. 그래서 그리 놀라지 않았다고 생각했고, 안타까운 탄성을 내뱉는 동료들을 다소 냉정하게 바라보며, 나도 생전의 그녀를 무척 좋아했노라고 한마디 거들었다 -티가 나지는 않았길 바란다-. 별 동요 없었다고 생각했고, 그다지 나쁜 하루는 아니었다. 그러나 집으로 돌아오는 지하철 안, 나는 그저 시간을 빨리 흘려보내기 위해 끝없이 이런저런 링크들을 눌러대고 있었고, 간만에 숨쉬기가 어려울 정도로 목이 조여왔다. 남자친구가 그녀의 뉴.. 중독의 의미 최근들어, 내 감정을 내가 정말 잘 모른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 감정이 없다는 건 아니다. 요즘은 대체로 무감하게 지내지만, 순간순간 화나고 짜증나고 슬프고 공감가고 즐겁고 웃기고 어려운 감정들은 스쳐지나간다. 그런데 그뿐이다. 감정들은 나를 피상적으로 그때그때 지나칠뿐이다. 그 감정들을 내가 들여다본지는 정말 오래되었고, 들여다보려고 해도 어떻게 하는건지도 잘 모르겠다. 감정에 최대한 신경을 쓰지 않으려고 한지가 너무 오래되었다. 문득 최근 몇 달, 어쩌면 몇 년, 행복하다고 느낀 적이 한 번도 없다는 걸 깨달았다. 어느순간 그토록 좋아했던 영화도, 소설도 무엇도 지루하다. 십 년쯤 전에는, 대체로 내가 행복하다고 생각했던 것 같은데. 그렇다고 불행하다고 느낀 적도 없다. 대체로 무감한 채로, 내 앞에.. (과)각성상태의 INTJ 일단 증상이 나타났을 때 병원에서 변형우울증(가면우울증) 진단을 받긴 했지만, 그 뒤로 내가 경성조울증은 아닐까 하는 의심이 들고 있다. 아직 진단받은 건 아니라서 의학적인 판단은 아니다. 내가 이렇게 생각하는 이유는, 내가 주기적으로 과각성 상태에 빠지기 때문이다. 심지어 우울증 진단을 받았을 때에도 과각성 상태였다. 내가 가지고 있는 과각성의 징후들은 다음과 같다:- 고양감 / 자신만만 : 내가 무척 뛰어난 인물이고 그만큼 중요한/중요해질 거라는 끝간데없는 자신감이 생기며 자아도취한다. 실제로 과각성 상태에서는 손대는 일마다 기대치를 가볍게 뛰어넘는 퍼포먼스를 내기 때문에 고양감에 불이 붙는다. INTJ가 원래 거만하고 자아도취적인 경향이 있는 걸 생각하면 과각성 상태의 INTJ가 붕 떠있는 기분인게.. 플라시보라고 해도 멜라토닌은 잘 듣는다 (feat. ZzzQuil) 나는 원래 등만 대면 자는 타입이지만, 우울증이 발병하면서 입면장애도 함께 왔다. 불면증에도 여러 유형이 있는데, 그 중에 잠이 잘 들지 않는 게 입면장애. 자리에 누워 뜬 눈으로 2시간 이상 보내는 건 기본이었다. 그나마 일단 잠이 들면 수면의 질은 나쁘지 않다는 게 다행이었지만, 불면증의 문제점 중 하나는 내가 잠을 못 잤다는 보상심리로 다음날 늦잠을 자버린다는 것이다. 나처럼 출근 시간이 엄격하지 않은 대학원생의 경우는 더더욱 생활이 무너지기 싶다. 새벽에 겨우 잠들었고 내 몸은 휴식이 더 필요하다는 생각에 오전 시간을 통으로 침대에서, 여기에 무기력증이 겹치면 오후까지 침대에서 보내버리는 경우가 많았다. 그럴때 개인적으로 멜라토닌제의 도움을 많이 받았다. 수면보조제 ZzzQuil 미국에 가는 사람.. 우울증과 알콜중독 오늘 안 좋은 신호를 자각했다. 몇 주째 스트레스성 부정맥에 시달리는 중에 자연스럽게 술의 힘을 빌리려는 나를 발견했다. 낯선 패턴은 아니다. 1년여 전의 내 모습. 물론 이건 점점 더 상황이 나빠진다는 신호이다. 우울증의 증상은 제각각이다. 하지만 우울증 환자가 알콜중독에 빠지는 일은 드물지 않다. 어디까지나 내 경우에 대해서 말해보자면, 내 주증상은 24시간 계속되는 호흡불편감과 스트레스성 부정맥으로 그건 수면시간을 포함해서 신체가 전혀 휴식상태로 들어가지 못한다는 의미이다. 그렇게 몇 주에서 몇 달을 긴장상태로 지내다보면 나름의 해결책을 찾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술을 택하게 된다. 자기 전 술 한잔이야 일상적인 일이고, 골목마다 편의점은 있으니까. 그렇게 시작된다. 나는 결코 술을 잘 마시는 편이 .. 명상은 의외로 효과가 좋았다 (심장두근거림/호흡장애/불면증) 내 우울증의 주요 증상은 기분장애보다 신체화 증상이었다. 다시 말해, 우울하거나 무기력하다기보다 스트레스성 부정맥(심장두근거림)이나 호흡이 답답해지는 증상이 주로 나타나고, 여기서 더 나아가면 입면장애가 찾아온다. 특히 내 최초의 증상은 스트레스성 부정맥이다. 최초의 증상은 20대 초반으로, 당시 잦은 심장두근거림을 겪었지만 그땐 그저 수면부족과 과로려니 하고 넘겼다. 그러다 우울증이 본격적으로 발병했을 때 심장두근거림과 호흡불편감이 몇 달 넘게 24시간 지속되며 정신과를 찾게 되었다. 호흡불편감은 병원을 다니면서도 1년 넘게 계속되었고 아직도 조금 남아있지만, 심장두근거림은 정신과에서 약을 처방받아 먹는 첫날 사라졌다. 하지만 지금도 스트레스 상황이 되면 가장 먼저 간헐적으로 드러나는 증상이기도 하다... 워커홀릭도 우울증에 걸리기 쉽다 * 아래 내용은 의학적인 소견이 아닙니다. 비전문가의 단상에 불과합니다. 누구보다 에너제틱하고 진취적이고 거칠 것 없이, 때로는 사회나 권력에 맞서기도 하며 큰폭으로 움직이는 사람들. 겉으로 보기에는 누구보다 단단해보이는 그들도 사실 우울증에 취약하다. 나도 (그렇게까지 큰일을 한 건 아니지만) 그런 편이고, 그런 친구들이 많은 편인데 그런 집단에서도 우울증은 알고보면 무척 흔한 질병이다. 전형적인 우울증 환자의 증상보다는 변형으로 나타나는 경우도 많은 것 같다. 정서적으로 우울감과 무기력감에 휩싸이기보다 바쁘고 활기차게 움직이는 가운데 어딘가 다른 형태로 증상이 나타난다. 나같은 경우는 호흡곤란이 중심인 변형우울증(가면우울증)이 있고, 스트레스로 인해 일상생활에 문제가 생길 정도로 인지능력에 문제가 생.. 우울증의 신체적 증상 내가 우울증 진단을 받았을때, 나는 우울한 감정을 전혀 느끼지 못했다. 정반대로, 당시 나는 누구보다도 활동적이고 에너지에 넘쳤으며, 새로운 일들을 여럿 벌이고, 30분 단위로 약속이 있을 정도로 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다녔다. 간혹 하루의 끝에서 내 존재가 땅으로 꺼지는 듯한 기분이 들었지만, 곧장 일 생각으로 도피해버리면 그걸로 끝이었다. 나는 그렇게 감정을 처리하지 못하고 항상 묻어버리고는 하지만, 내가 그렇게 가둬둔 감정들은 결국 표를 낸다. 그게 바로 신체화 증상이다. 두통, 위경련, 어깨통증 등은 가장 흔한 신체화 증상이지만 워낙 흔해서 쉽게 넘기기 쉽다. 개인마다 발현 양상도 모두 다르다. 특별한 병인이 없는데 몸이 계속 아파온다면, 정신과에 방문해보는 것도 하나의 선택지로 열어둬야 한다. 아.. 이전 1 2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