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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울증투병기

우울증의 신체적 증상

내가 우울증 진단을 받았을때, 나는 우울한 감정을 전혀 느끼지 못했다. 정반대로, 당시 나는 누구보다도 활동적이고 에너지에 넘쳤으며, 새로운 일들을 여럿 벌이고, 30분 단위로 약속이 있을 정도로 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다녔다.

간혹 하루의 끝에서 내 존재가 땅으로 꺼지는 듯한 기분이 들었지만, 곧장 일 생각으로 도피해버리면 그걸로 끝이었다. 나는 그렇게 감정을 처리하지 못하고 항상 묻어버리고는 하지만, 내가 그렇게 가둬둔 감정들은 결국 표를 낸다. 그게 바로 신체화 증상이다. 두통, 위경련, 어깨통증 등은 가장 흔한 신체화 증상이지만 워낙 흔해서 쉽게 넘기기 쉽다. 개인마다 발현 양상도 모두 다르다. 특별한 병인이 없는데 몸이 계속 아파온다면, 정신과에 방문해보는 것도 하나의 선택지로 열어둬야 한다.

아래는 내가 주로 겪는 우울증의 신체적 증상들이다.

1. 두통


고등학생 때부터 두통약을 달고 살았다. 내 두통의 특징은 어느 순간부터 특히 주말이나 휴일에 발현된다는 거였는데, 내내 긴장상태에 있다가 휴일에 스트레스가 감소하면 오히려 두통이 생길 수 있고, 그런 경우 우울증의 사인일 수 있다고 한다. 두통이 있다고 모두 우울증은 아니지만 의심이 될 경우 병원에 상담해보는 것이 좋겠다.

2. 어깨통증


어깨통증이야 사무직들은 모두 가지고 있고 나도 워낙 달고 살아서 이게 우울증과 관련있을 거라고는 생각을 못했다. 당연히 운동부족에 자세가 나빠서려니 했지. 그래서 정신과에서 진료를 받을 때도 어깨통증 얘기를 안했는데, 처방받은 약을 먹는 순간 갑자기 어깨통증이 사라져버리는 것이었다. 그러니까 나의 심한 어깨통증은 신경성이었던 것이다.

내 경우는 그냥 뻐근하거나 한 어깨통증은 신경성이 아니었고, 날개죽지 근처에 항상 꽉 뭉쳐서 쑤셔대는 통점이 있었다. 한의원이나 통증의학과도 여러 곳 다녔지만 크게 차도가 없어서 매주 한두차례 마사지로 풀어주고 있었는데, 정신과 치료를 받으면서 그 부분의 통증이 사라졌다.

3. 호흡곤란


내가 정신과를 찾게 된 원인이다. 그 전에 기관지 내과도 가보고 했는데 차도가 없어서. 공황발작과는 다르다. 공황발작은 짧은 시간에 숨이 막혀 죽을 것 같은 느낌으로 강하게 호흡곤란이 온다는데, 나는 하루 24시간 내내 호흡이 불편했다.

처음에는 마치 물 속에 반쯤 잠긴 것처럼 들숨과 날숨이 도무지 깊이 쉬어지지 않다가, 어느 순간 목이 졸려오는 듯한 느낌으로 변했다. 대체로 오전보다 오후로 갈수록 증상이 심해지고, 당연히 스트레스 상황이 오면 더 심해진다. 불편감은 있지만 당장 숨을 전혀 못쉬겠다거나 죽을 것 같다는 건 아니라서 일상에 큰 지장은 없었다.

호흡곤란이라고 하면 흔히 공황발작과 연결되지만 알고보니 나처럼 저강도의 만성적인 호흡곤란은 우울증 환자들에게 꽤 흔한 것 같다. 이런 증상이 있다면 바로 정신과를 방문하는 게 좋다.

나는 이 증세로 인해 1년 넘게 약을 먹었고, 그 뒤에도 스트레스가 심할때면 간헐적으로 여전히 증세가 있다.

4. 심장 두근거림


이것도 호흡곤란과 함께 처음 생겼던 증상이다. 부정맥이랑 비슷하다고 보면 된다. 하루종일 심장 두근거림이 거슬리게 느껴진다.

심장 자체의 이상과 구별하는 법은, 계단을 오른다거나 뜀박질 후 심장두근거림 증상이 나타나는지 보는 것이다. 활동 후 증상이 심해진다면 심장 문제일 가능성이 높다. 부정맥의 경우는 보통 맥이 불규칙적으로 뛰는 경우가 많다.

나는 호흡곤란과 마찬가지로 하루 24시간 몇달 간 증세가 있었고, 이 증상은 처음 약을 먹자마자 싹 사라져서 그 뒤로는 정말 스트레스가 심할 때 일시적으로 나타나는 것 외에는 없다.

5. 위경련


이것도 흔한 스트레스성 질병이다. 특히 특별히 위에 문제가 없는데 명치 즈음이 단단하게 뭉치거나 딱딱하게 팽창한 느낌이면 스트레스성이라고 한다.

나는 어제 새벽에 갑작스런 심장 두근거림 때문에 잠에서 깼는데 그 뒤로 위경련이 심하게 와서 하루종일 아무것도 못하고 못먹고 누워있었다....